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뮤지컬 레미제라블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무대의 힘'

by bydot 2025. 6. 25.

뮤지컬 레미제라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공연장을 나선 뒤에도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좋은 뮤지컬”을 넘어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묻게 만드는 힘을 가진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관람했을 때의 그 여운과 울림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이 글에서는 줄거리보다도, 관객으로서 직접 느낀 감정과 메시지 중심으로 〈레미제라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장발장을 통해 느낀 인간의 변화 가능성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역시 장발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억울한 죄수로 보였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뒤에도, 사회는 그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주교의 자비가 그에게 큰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고, 그 순간 이후로 장발장은 다른 삶을 선택합니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장발장이 단 한 번의 친절을 받고 그것을 평생에 걸쳐 실천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쉽게 과거에 머물고, 자신이 받은 대우에 따라 반응하게 마련인데, 그는 끊임없이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코제트를 지키기 위해 도망자 신분으로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주는 그의 선택은 단순한 선행 그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무대를 보며, 저는 “내가 장발장 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마음속에 품게 되었습니다. 그 물음은 지금도 저를 지탱하는 윤리적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넘버가 만든 감정의 파도

〈레미제라블〉은 전체가 음악으로 구성된 전곡 뮤지컬입니다. 단 한 줄의 대사도 없이 노래로 모든 서사가 흘러간다는 점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그 자체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I Dreamed a Dream〉입니다. 판틴이 부르는 이 곡은 단순한 비극적인 노래가 아닙니다. 짧은 시간 안에 그녀의 꿈, 절망, 자책, 분노가 전부 담겨 있습니다. 배우의 호흡 하나, 눈빛 하나에 따라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지는 장면입니다. 저는 이 넘버를 들으면서, 공연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훔쳐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의 명장면은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울려 퍼질 때입니다. 청년들이 바리케이드를 쌓고 혁명을 준비하며 부르는 이 곡은 단지 용기를 북돋우는 노래를 넘어서, 관객에게도 함께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습니다.
특히 이 곡이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등장할 때, 저는 “죽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극장을 가득 채우는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 외에도 ‘One Day More’, ‘Bring Him Home’ 등 모든 넘버가 감정의 파도를 일으켰고, 한 곡 한 곡이 저에게는 장면이자 감정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대 위의 철학, 관객의 질문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고 가장 오래도록 남는 감정은 ‘생각’이었습니다. 그 어떤 공연보다 많은 질문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과연 나는 누구를 용서하고 있는가?”입니다. 주교가 장발장을 용서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용서가 단지 선한 행동을 넘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또한 자베르라는 인물을 보며, 절대적인 정의가 인간을 옭아맬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융통성 없는 신념이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었습니다.

뮤지컬을 보는 동안, 단순히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믿는 정의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안고 공연장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이 작품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

〈레미제라블〉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뮤지컬입니다. 단지 무대 장치가 훌륭하고 노래가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통째로 무대에 올려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감정은 단지 관람의 즐거움을 넘어서, 제 삶에 작지만 중요한 방향성을 심어주었습니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관람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미 보셨다면, 다시 보는 것도 전혀 다른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단연 인생 뮤지컬입니다.